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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기억의 기제

  • 2018년 9월 13일
  • 4분 분량

인간의 기억이란 무엇인가.. 심리학적으로 말한다면 사실 사람이 하는 거의 모든 것이 기억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생명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숨쉬는 것, 심장이 뛰는 것, 땀을 흘리는 것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걷는 것, 자전거를 타는 것, 등도 모두 운동 기억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기억이라고 할 때에는 어떤 일반화된 지식 (1 + 1 = 2 라던가, 해가 동쪽에서 뜬다던가) 혹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 (어릴 때 소풍간 장소, 어제 영화본 극장에서 있었던 일 등) 만을 기억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 마케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운동 기억에는 별로 관심이 없을 것입니다. 모르죠. 또 운동기억을 이용하는 전혀 획기적인 마케팅 기법이 나와서 사람들을 놀라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단 운동 기억은 제외하고 얘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억은 기본적으로 대뇌의 피질(cortex)에 저장된다고 봅니다. 사실 뇌의 영역은 아직도 사실상 미지의 영역입니다. 뇌의 손상을 입은 사람 특정 사건을 기억을 못한다거나, 사물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하는 것들을 보고 점차 뇌와 기억간의 관계가 밝혀지기 시작했죠. 그래서 아직도 기억에 관한 건 정확히는 아무도 모릅니다. 광고나 브랜드 마케팅의 모든 노력도 결국 따지고 보면 어떻게 자기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기억시킬 것인가... 하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을 사게 만드는 것이 모든 마케팅의 목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점에 대해 저는 조금은 생각이 다릅니다. 소비자의 상품에 대한 반응을 바꿔 놓는 것이 실질적인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어떤 브랜드의 상품을 아주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으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데도 사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충동구매 같은 것인데, 이런 행동이 나타나는 이유로 그 브랜드에 대한 아주 긍정적인 평소의 태도가 실제 상품이라는 외부적 자극에 의해 충동적 구매라는 형태의 반응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쓴 글 중 소비자 행동이론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즉 소비자들의 평소의 브랜드에 대한 태도를 아주 긍정적으로 만들어 두는 것은, 소비자의 외부 자극 (할인 판매하는 상품 자체)에 대한 지각의 민감도와 구매 행동 경향을 높여두는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광고 및 판매 촉진 활동의 효과에 관해서는 다양한 이론이 있습니다만, 그건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궁극적으로 브랜드 마케팅의 목표 중 하나가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가 강한 정서적 반응을 하도록 (물론 긍정적인 방향의 정서적 반응입니다) 만드는 것입니다. 위의 예에서처럼 충동구매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일단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딱히 합리적인 이유가 없더라도 우리 브랜드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죠. 브랜드 충성도니 하는 것들은 다 이런 소비자의 평소 성향이 행동으로 나타난 결과일 뿐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대해 정서적인 유대를 형성하는 것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광고를 포함하여 기업의 여러가지 촉진 믹스를 활용해도 소비자들은 잘 듣지 않을 뿐더러 내용을 믿지도 않고, 내용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정서적 반응까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아주 다양한 메커니즘의 이해가 필요합니다. 첫째로 기억을 구분하는 것 중 의미기억(semantic memory)과 일화기억(episodic momory)의 구분이 있습니다. 앞에서 예로 들었듯이 의미기억은 세상에 관한 일반화된 지식을 말합니다. 일화기억은 자신의 체험에 관한, 시공이 제한된 경험에 대한 기억을 말합니다. 마케터라면,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해 의미기억처럼 기억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반면 강한 정서적 유대는 일단 일화기억과는 직접적 관계는 모호하지만 실제 경험이 있어야 잘 일어납니다. 혹은, 최근의 김연아같이 강한 정서적 유대를 느끼는 다른 사물과 연합될 때 간접적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냉장고 매장에 가면 김연아가 광고하는 냉장고, 등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브랜드에 관한 일화기억으로 남아있다가 다양한 유형의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개념으로 변하고 관련된 내용이 일종의 진리처럼 기억되는 의미기억으로 진행해 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하나 중요한 개념이 정서기억의 개념입니다. 길을 가다가 전봇대에 부딪혔다거나 하면 그 자리를 나중에 다시 지나갈 때 아주 불쾌한 감정을 경험하거나 하게 됩니다. 그 주위의 상황이 불쾌한 정서와 연상되어 기억되는 것인데, 다만 주의할 점은 인지적인 작용, 즉 과거에 여기서 부딪혀 불쾌했던 느낌의 기억 자체는 정서 기억이 아닙니다. 그것은 정서의 인지적 기억입니다. 여기서 얘기하는 정서기억이란 인지적 기억 이전에 있는 기억으로 의식이 인식할 수 있는 기억이 아닙니다. 이 기억은 뇌의 변연계라는 부분의 편도체가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편도체는 파충류에서부터 발견된다고 합니다. 악어들은 돌멩이를 던지는 사람을 알아보지는 못해도 기분나빠할 수는 있다는 뜻일까요? 어쨌건 이 기제는 신피질보다 훨씬 이전에 형성된 뇌이기 때문에 반응 속도가 인지적인 사고보다 빠릅니다. 즉 한 번 전봇대에 부딪힌 자리에 다시 갔을 때 과거에 부딪힌 기억을 끌어내기 이전에 불쾌한 감정이 먼저 나타납니다. 전봇대의 느낌이 잘 안오시면, 평소 보기 싫어하는 사람을 생각해 보시면 쉽게 이해될 것입니다 (^^). 따라서 궁극적으로 브랜드 마케팅의 효과는 본인도 모르게 브랜드를 보는 순간 (이름이건, 로고이건, 심볼이건 하여간 브랜드와 연결될 수 있는 어떤 기호나 사물 등) 긍정적인 정서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Apple 이 특히 이런 면에서 성공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팟이나 아이폰이 과연 밤새 줄을 서서 기다려서 사기까지 해야 할 상품일까요? 기능적으로 해석하려면 설명이 안됩니다. 하지만 이런 정서적 반응을 의도적으로 통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죠. 최근에는 논리보다 정서적 접근을 하는 광고들이 많습니다만, 앞에서 얘기했듯이 정서에 대한 기억이 되기 쉽습니다. 정서기억으로까지 연결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얘기했듯이 브랜드에 대한 정서 기억을 형성하려면 직접 체험해 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에 대해 말로만 좋은 말을 듣거나 나쁜 말을 듣더라도 실제 경험하기까지는 강한 선호 혹은 혐오의 감정을 갖게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알고 있던 것이 그 사람과 실제로 어떤 일을 경험하면 단번에 강렬한 정서적 감정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브랜드 마케팅이 시도하는 것은 인지적인 기억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소비자의 경험을 통해 그 기억을 촉발시키고 강렬한 정서적 연상을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이죠. 사물을 보게 되면 사람은 정서기억과 인지 기억을 따로 구분하여 끌어내지 않습니다. 그 둘은 동시에 활성화(기억에 관한 전문 용어인데, 그냥 머리속에 떠오르는 내용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의식하게 되는 것은 활성화된 것입니다. 하지만 활성화되어도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됩니다. 다만 정서기억의 내용이 인지적인 내용보다 더 빨리 활성화됩니다. 어떻게 보면 "생각을 하기 전에 정서적인 반응만으로 물건을 사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일 수도 있습니다. 어린 애들이 맛있는 과자를 보면 무조건 사고 봅니다. 하지만 성인들은 다소 다릅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겠죠. 하지만 FMCG 같은 경우 비슷해 보입니다. 비누나 샴푸를 살 때 별 생각없이 우리 브랜드를 집어 들게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 혹은 이미 안정된 시장에 새로운 상품으로 들어가려는 경우 그런 습관을 흔들어 놓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소비자들이 습관적인 행동에 관한 내용도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여기서는 인간의 기억은 인지적 기억과 정서기억이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어떤 사물에 반응을 할 때 인지적 반응과 정서반응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만 얘기하고자 합니다. 이는 브랜드에 대한 반응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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