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익 기준 시장 세분화(benefit segmentation): 의사결정-지향적 리서치 도구
- 2018년 9월 13일
- 5분 분량
Benefit Segmentation: A Decision-Oriented Research Tool
Russell I. Haley, Journal of Marketing (1968).
마케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시장세분화(segmentation)라는 개념은 충분히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논문은 1968 년, 벌써 40년 전에 나온 논문입니다만 아직도 많은 상품들이 이 개념에 충실한 마케팅 전략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에서 시장세분화가 점차 마케팅에서 중심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하는 걸 보니 이 당시 시장세분화의 목적과 방법이 구체화되어가는 시기였던 걸로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시장 세분화는 수요의 발달 상황에 따라 공급자가 제공하는 마케팅 믹스를 수요자의 요구 상황에 보다 적합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합니다. 즉 시장세분화는 각 세분시장에 최적화된 마케팅 믹스를 제공하여 경쟁 우위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경쟁 상황이 아니면 마케팅 믹스에 너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독점적인 상품이면 소비자는 맘에 별로 안 들어도 그 상품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 때는 브랜드 가치가 문제가 되겠죠. 따라서 시장세분화나 타게팅, 포지셔닝 등은 아주 유사한 --- 사실상 거의 동일한 상품의 치열한 브랜드간 경쟁 상황을 가정하고 만들어진 개념들입니다).
논문의 내용을 살펴 보겠습니다.
먼저 시장세분화가 그런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무엇을 기준으로 세분화할 것인가 하는 점임을 지적합니다. 극단적으로 마케터는 눈동자 색을 기준으로 한다던가, 왼손잡이 시장을 겨냥한다던가, 독일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던가 하는 등의 세분시장들을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이죠. 그래서 실제로 사용된 시장세분화 기준을 보면,
1. 지리적 세분시장 : 최초의 세분시장은 지리적 세분시장이었을 거라고 하는데, 미국이나 유럽 같이 넓은 나라들에서는 특정 지역에서만 판매되는 브랜드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각 지역별 소주 브랜드 같은 것이 예가 되겠죠.
2. 인구특성별 (demographic) 시장세분화 : 브랜드들이 점차 전국 브랜드로 확장되자 다른 시장세분화 방법이 채택됩니다. 먼저 인구 특성에 따른 세분화가 이용됩니다. 즉 성, 연령대, 직업, 소득, 인종, 가족 구성 등에 따라 세분시장을 나눕니다. 하지만 문제는 같은 세분시장 내의 소비자들이라도 소비 행동은 아주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3. 보다 최근에 (최근이래야 1968년 기준입니다) 세 번째 유형의 시장세분화 방법이 나타났는데 이는 사용량을 중심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즉 heavy, medium, light user 군으로 보통 구분합니다. 여기서 유명한 것이 Oscar Mayer Company의 Dik Twedt가 대중화시킨 “heavy half” 이론입니다. 이 말은 대부분의 상품에서 사용량이 많은 50%가 전체 소비의 약 80%를 설명한다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상식있는 마케터라면 소비가 많은 상위 50%에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하지 않겠느냐.. 라는 논리입니다. 요즘 신용카드나 기타 금융권이 이런 개념으로 많이 접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Heavy half 도 아니고 아예 파레토 원칙을 내세워 상위 20%가 전체 소비의 80%를 설명하기 때문에 그 20%에 맞추면 된다는 접근입니다. 하지만 이 접근 방법 역시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데 그 heavy user 들도 사람마다 아주 다른 행동 특성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도 유통점 브랜드를 마시는 사람들과 프리미엄 브랜드를 마시는 사람들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런 세 가지 접근법들은 각각 나름대로 마케팅 실행에 도움이 됩니다. 인구특성별 시장세분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면, 해당 집단이 많이 보는 TV 프로그램이나 신문, 잡지 등에 광고를 하는 등 마케팅 계획에 직접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셋 다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세분시장과 상품의 구매 또는 소비 행동 간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것이죠. 반면 마케터가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소비 행동입니다 (왜냐하면 소비 행동에 맞추어 마케팅 믹스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편익 세분화 (Benefit segmentation)
이런 배경에서 논문은 시장세분화의 기준으로 기술적(descriptive)이 아닌, 인과적 (causal) 변수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한 가지로 편익을 제시합니다. 소비자들이 어떤 상품의 소비에서 어떤 편익을 찾는가를 기준으로 시장을 나누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여기서 살짝 조심해서, 이런 표현이 그 이전의 시장세분화 접근이 의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편익을 기준으로 나눈 세분시장들은 다른 변수들과 그 특징들을 비교해 본다, 등등의 얘기들을 합니다. 또한 말은 쉽지만 실제로 수행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이고, 다양한 다변수 통계 처리를 해 주는 컴퓨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든가 하는 얘기들을 합니다.
여러 이야기들을 하기 전에 먼저 이 논문에서 든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논문에서 든 예는 치약 시장입니다.
표1. 치약 세분시장 설명
아마 마케팅 분야에 계신 분들이라면 이런 표들은 이미 친숙하시리라 예상합니다. 어쨌건 크게 네 세분시장을 파악하였는데, 첫째 충치 예방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둘째 하얀 이를 갖게 해 주는 사람들, 셋째 합리적으로 이것저것 따지는 사람들, 그리고 감각(맛,향, 등)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네 집단입니다. 여기에 각 세분시장의 규모 등은 표시하지 않았는데 가장 큰 시장은 Worriers라네요. 주로 대가족이고 자녀들이 많은 가구들이고, 불소를 넣은 치약을 특별히 선호합니다. 두 번째 집단이 Sociables 인데, 젊은 부부들이 많다고 합니다. 기타 각 세그먼트별 특징의 기술은 생략하겠습니다.
마케팅 시사점
이 세분시장들 중 어디를 타겟으로 하느냐에 따라 광고 카피 내용과 미디어 선정이 크게 달라질 것은 분명합니다. 여러 가지 얘기를 하는데, 아래 표와 같이 정리해 보겠습니다.
표2. 치약 세분시장별 마케팅 시사점
이 외에도 마케팅 믹스의 여러 요소에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것을 찾아내는 것은 마케터의 감각입니다. 마케팅 리서치 자체는 어떤 것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편익 세분화 연구에서 얻어진 일반적 사실
여러 편익 세분화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사실들을 논문은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1. 새로운 세분시장을 만들어 내기보다 이미 있는 세분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더 쉽다. 얼마 전까지 상품 차별화의 전략이란 관점에서 제조업체가 경쟁 제품과 다른 상품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내는 것이 중요시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보다 시장 조사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파악할 수 있다면 그것이 더 비용 효율적이다.
2. 어떤 브랜드도 모든 소비자에게 매력적일 수는 없다. 전체 시장을 다 카버하려면 여러 개의 브랜드로 접근해야 한다.
3. 같은 회사의 브랜드간에 상호 중복되어 cannibalization (주: 같은 회사의 한 브랜드가 경쟁사의 브랜드 대신 자사의 다른 브랜드 판매를 잠식하는 현상) 이 있을 수 있으나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4. 오래된 제품이건 신제품이건 어느 한 세분시장의 요구에 꼭 맞게 디자인되어야 한다. 많은 상품이 두 개 이상의 세분시장을 동시에 충족시키려다 어느 한 시장에도 최대의 매력을 제공하지 못한다.
5. 편익 세분화를 이용하는 마케터는 분명한 경쟁 우위에 있다. 과거의 전통적인 시장세분화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경쟁자가 있다면 편익 세분시장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자기 점유율을 잠식당하고 말 것이다.
6. 편익 세분시장을 이해하고 있으면 경쟁자가 그 시장에 진입할 때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새로운 상품이 시장 진입을 시도할 때 불분명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으면 그냥 두면 된다. 하지만 신상품이 정확하게 어느 한 세분시장의 요구 사항을 잘 충족시키면 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 및 마케팅 믹스를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편익 세분화 연구에서 얻어진 세분 시장 유형
각 상품마다, 브랜드마다 최종적으로 얻어지는 편익 세분 시장은 다 다릅니다. 하지만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세분시장들은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1. The Status Seeker: 구매하는 브랜드의 prestige에 특히 관심이 많은 소비자 집단
2. The Swinger: 항상 현대의, 그리고 최신 제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3. The Conservative: 아주 큰, 성공적인 그리고 대중적인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람들
4. The Rational Man: 가격, 가치, 내구성 등과 같은 편익을 추구하는 사람들
5. The Inner-Directed Man: 자기 개념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사람들. 대개 스스로를 유머 감각이 있고, 독립적이고, 정직하다고 생각한다.
6. The Hedonist: 특히 감각적인 편익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이 마지막 6 집단으로 나눈 것은 아주 유용해 보입니다. 물론 상품마다 따로 분석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The Rational Man 이나 The Hedonist 같은 경우 여러 개의 집단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이 논문에서 다룬 내용입니다. 이 논문은 편익 세분화에 관한 것인 만큼 편익 세분화의 장점들을 위와 같이 열거합니다. 문제는 특히 미국 쪽 책이나 논문들을 보면 자기 입장만 이야기하지 균형 잡힌 시선을 보여주는 분석을 찾기란 지극히 어렵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편익 세분화에서 발견된 일반적인 사실들도, 엄밀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사례들이 많이 발견됩니다.
최근의 여러 브랜드 사례 중 David Aaker 교수는 Budweiser 나 코카콜라 같은 상품들은 특정 장점이나 특정 그룹과의 연관을 연상시킬 만한 내용을 최대한 피해 가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어느 한 세분시장도 떨어져 나가길 원치 않습니다. 물론 이들의 내부적인 주된 타겟은 The Conservative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이나 어디에서도 The Conservative에 집중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모든 시장 전체 어디서도 싫어할 만한 내용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Budweiser 맥주는 단지‘king of beer’라고 이야기할 뿐이죠.
또한 Apple 이나 Virgin 등의 브랜드와 관련하여, 최근의 브랜드들은 기존에 있는 특정 세분시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 가치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찾아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 주장은 target 집단이라는 표현 대신 follower 집단이라는 표현을 써야 더 적합하다고 말합니다.
치약의 예를 들었는데 우리나라도 치약 시장에는 많은 브랜드들이 나와 있습니다. 아마 편익 세분화가 아주 효과적이었고 또 광범위하게 시행된 때는 1980년대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 이전에 사실상 럭키치약 밖에 없다가 화이트 치약이 나오고, 또 클로즈-업, 안티프라그, 페리오 등의 브랜드들이 갑자기 쏟아져 나옵니다. 이 상황에서는 위와 같은 편익 세분화가 가장 효과적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은 너무 많은 브랜드들이 너무 많은 편익에 대해 얘기를 해 버린 다음이라 과거와 같은 접근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즉 어떤 마케팅 분석 기법이나 전략들도 ‘현재의 상황에서 내 상품의 마케팅에 과연 적합한가?’라는 평가를 항상 내려야 합니다.
이런저런 논의를 했지만, 편익 세분화는 모든 마케팅 전략 및 정책 수립의 기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케팅 근시안에서 얘기하듯 마케팅의 궁극적 목적은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입니다. 상품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는데 편익 세분화가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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